What A Pretty Girl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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What a pretty girl!


운명적인 만남은 마이도스,향음악사로 계속 이어지는데..

Subject: 그녀는 예뻤다.
Date: Tue, 18 Nov 1997 15:35:43 +0000


어젠 "압구정쪽으로 가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."하는
매너리즘(mannerism?)적 계시를 받고 또 흐느적거리며 찾아갔습니다.그러나 새로 들어온 물건도 없고..구매 충동을 자극하는 것도 안 보이고..그래서
"이럴리 없는데.."하며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똑같은 의아심을 갖고,투덜거리는 빈 손을 다독거려야만 했죠.

이렇게 허탈과 벗 삼으며 돌아오는 지하철 3호선 안이었습니다.
여느 때처럼 출입구를 등진 채 열중쉬엇 자세로 명상에 잠겨 있는데..
3시 방향에서 "엘 꼰도르 빠사" 비스무리한 멜로디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.
"허..이젠 지하철 내에서 음악 방송도 하네.."
<최근 잇따른(잇달은?) 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 심리를 무마하기 위한 지하철 공사측의 고도의 심리전>일 것이라고 단정 짓고 무심코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는데..
"으악!"
정말 속으로 비명을 질렀습니다.

20대 초반의 백인 여성 한 명이 인디안 복장을 한 채(yeah! 깃털 모자까지)..입에는 하모니카 대신 그 있잖아요..수수깡을 다른 길이로 잘라 옆으로 쭉 붙여놓은 남미의 민속 악기를 물고,어깨에는 기타 대신 MIA의 2집 자켓에서 볼 수 있었던 비파처럼 생긴 현악기를 메고..
원맨 밴드를 하고 있더군요.
비파처럼 생긴 악기는 남미 민속 음악에서 항상 들을 수 있었던 특유의 만돌린 비슷한 소리를 내었고,크기는 바이올린만했습니다. 하지만 수수깡은 생각보다 훨씬 크더군요.그녀의 가슴을 모두 가릴정도였습니다.
소리도 굉장했습니다.그 시끄러운 지하철 안에서도 두 악기의 합주가 쩌렁쩌렁 울리더군요.
연주는 어땠냐고요?
남미쪽 민속 음악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!!!!
레코딩을 통해선 결코 느낄 수 없던 절묘한 화음,대위(복수의 독립적인 멜로디 파트를 각기 독자적으로 진행시키며 융합효과를 얻는 기법?)...
나아가 그녀가 <남미의 그 애절한 목소리>로 노랠(!) 부르기 시작하는 순간.. 전...Oh God!!

하지만 본론은 지금부터입니다.
20대 중반의 마라도나처럼 생긴 인디오 남자 한명이 카세트 테이프를 들고 홀연히 나타나더군요.
"넌 뭐야? 분위기 깨게스리..."
이렇게 따질려다 그 힘좋게 생긴 사내에게 얻어 터질까봐..
공손히
"너 칠레에서 왔니?"
하고 물었습니다.잠시 그 크고 까만 눈을 껌뻑 거리며 절 살피더니.. 허름 자체인 제가 결코 <출입국 관리소 직원> 따윈 아닐거라는 판단이 섰는지
"노..아이 뻬루...마이 와이쁘 쁘람 멕시꼬"
하고 대답하며 테이프를 썩 내밀었습니다.
페루와 멕시코의 국제 커플!아마 관광비자로 들어와서 관광도 하고 테이프도 팔고 운이 좋으면 레스토랑에서 부수입도 얻고 그러며 세계를 돌아 다니나 봅니다.
헉..하지만 그가 내민 테이프는 살 수 없었습니다.최근 경제적 위기로 <전세계 메일오더상 협회>로부터 <신용 불량 판정>을 받은 저로선...무려 오천원이나 하는 거금은...
(물론 예전 같았으면 "야 음악 좋은데..어때 나하고 판 한번 내보는 게.." 하고 계약서를 펴보이며 구슬려겠지만요..히히)
압구정 역에서 교대역까지 짧은 순간에 15000~20000원 정도의 매상을 올리더군요.

교대역에서 그들과 함께 내렸습니다.
마음 같아선 그들에게 언제까지 한국에 머물 건지 묻고..적당한 개런티를 줄 테니 <예바동 감상회에 특별게스트로 출연하는 건 어때>하고 교섭을 하려다..
근원적인 언어 장벽 때문에 이건 포기하고..
대신 시완의 연락처(사무소 전화번호를 몰라 대신 마이도스 거)를 적어 준 뒤
"여긴 남미 락,민속음악 전문 레코드 샵이야.가령 꿜라빠윤,로스 자이바스.."
이렇게 보충 설명을 하고 있는데..이 대목(!)에서 그녀가
"아하! 자이바스..."
하며 미소를 지우더군요.이 머나먼 나라에서 자이바스를 알고 있는 후질한 이방인을 만난 게 신기했나 봅니다.외지에서 고향 사람 만난 기분 같은 거 말이죠.
그 때 그녀를 자세히 보게 되었는데..키는 160정도였고 스패니쉬 영화 배우 같더군요.머린 붉은 빛이 약간 도는 금발이었습니다.정말 예뻤어요!!

계속 유창(?)한 콩글리쉬로...
"여기 사장님이 이런 음악에 관심이 많아..이 테이프를 구입해 줄지도 몰라..그러니 꼭 연락해봐."

마라도나가 연신 "땡뀨..땡뀨"하고 굽신거리는 걸 보니..아마 제 콩글리쉬를 이런 식으로 알아 들었나 봅니다.
"나.. 이 레코드 샵 사장이야..나중에 이 전화번호로 꼭 연락해.내가 이 테이프 다 사줄께."
이렇게 말이죠.

그렇게 헤어졌습니다.

3M (music,movie and money for 'em)드림.